최상필 CHOI Sangphill
달이지다
나는 예전엔 주간지 몇 개를 정기구독해서 세상이 돌아가는 지식을 얻곤 하였다. 매주 주간지 읽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그중 어느 주간지 한 페이지에 실린 기사가 내 눈에 띄었다. 중국 유명 대학입시 논술 답안이 소동파 이후 가장 뛰어난 문장이라고 중국에서 대서특필하였다고 한다.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하늘에는 태양과 달이 있는데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있 지만 달은 빛을 내지 못한다. 달이 빛을 내지 못함에도 불구 하고 더 많은 빛을 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래서 달이 태양 가까이 다가가면 더 많은 빛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 여 점점 다가가다가 달이 태양을 집어삼켜 빛이 다 없어져 버려 암흑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 세상에는 자신의 일만 열심히 하면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반면 달과 같이 남의 도움을 받아야 빛이 나 는 일이 있다. 과연 달은 태양과 같이 빛을 낼 수 없을까? 달 은 달로만 살아가야 하는가?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옷가게 앞을 지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화려한 옷을 입은 마네킹이 보인다. 마네킹은 태양의 역할인가? 아니면 달의 역할인가? 아니면 태양도 달도 아닌 그냥 마네킹일 뿐인가?
이 작업은 태양과 인간이 될 수 없다고 이 세상은 규정하지 는 않았는지, 누구든 될 수 있는데 되지 못하는 세상, 무언가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슬픔이다. 편 견과 사회적 한계 속에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의 아픔을 대변한다.
I used to subscribe to several weekly magazines, enjoying the
process of staying informed about the world. Each issue brought excitement, and one particular article caught my attention. It highlighted an essay from a Chinese university entrance exam, lauded as the most brilliant prose since Su Dongpo. The essay went something like this:
“In the sky, the sun and the moon coexist. While the sun emits light on its own, the moon cannot. Yet, the moon feels a growing urge to shine more brightly. Believing that coming closer to the sun will grant it more light, the moon moves nearer and nearer until it swallows the sun whole. At that moment, all light vanishes, and the world plunges into darkness.”
In life, some people are like the sun, radiating light from within through their own efforts, while others, like the moon, require the support of others to shine. But must the moon always remain dependent on the sun? Can it never shine on its own? Is it destined to be nothing more than a moon?
When passing by the mannequins displayed in store windows, I wonder: Do these mannequins play the role of the sun or the moon? Or are they neither, existing only as empty figures dressed in beauty?
This work questions whether the world imposes limitations, dictating that certain people can never be like the sun. It reflects the sadness of a world where, despite the potential to become something, people remain unable to do so where desires go unfulfilled. At its core, this piece expresses the sorrow of “everything” that feels unattainable, confronting the frustration of societal biases and structural barriers. Through this work, I aim to convey the silent pain of an unfulfilled reality and the emotional weight of unrealized potential.
Healing on the Cloud, #01 , 80x120cm,Pigment print on Cotton paper
달이지다, # 02, , 71x107cm, Pigment print on fineart paper
달이지다, # 03, , 71x107cm, Pigment print on fineart paper
‘최상필’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사유를 이미지로 풀어 나가기 위해 사진적 고민을 한다.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며 2017년부터 부천문화재단, 이음 센터갤러리, 비움갤러리 등에서 그룹전을 통하여 고민을 풀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2023 예술의 전당 (현대미술 속 사진)에서 작품 발표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