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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숙 Han Haesuk

내 안의 나를 찾는 여정 

1953년생인 나는 물론 어린 시절과 1979년 결혼하기까지 강북에서 쭉 생활해 왔다. 결혼을 하면서 아파트가 많은 강남지역에 둥지를 틀었고 그 이후 여전히 강남에서 살고 있다. 가족을 돌보며 바쁜 생활을 하던 나는 더 이상 연고가 없는 강북의 옛집들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문득문득 옛날 어린 시절의 그 길고 넓었던 골목길들과 친구 집 근처들이 그리고 사춘기 10대 시절과 청춘의 20대 감성들을 보냈던 그 길들이 좋은 풍경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그 장소들이 궁금하고 그리웠다. 황혼에 접어든 나는 내 어린 시절과 청년기 그리고 현실의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다시 밟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낡고 오래된 구식의 필름카메라를 다시 꺼내 작업을 시작하였고 이윽고 지금의 나는 많은 갈등과 알 수 없는 실망감 그리고 가슴깊이 스며드는 슬픔으로 한동안 멍한 정신을 가다듬을 수가 없었다. 강북의 옛 시가지 도로변의 땅들은 초고층 건물들이 멋지게 들어섰지만 그 바로 뒤편의 땅은 더 이상 주택을 유지하지 못한 채 어쭙잖은 낙후된 가게로 전락하고 있었다. 채송화와 맨드라미 나팔꽃 해바라기 분꽃 봉숭아 꽃들이 차례로 계절마다 피던 조그마한 화단이 있던 내가 살던 그 한옥들은 다 사라지고 몇 번의 변신을 거듭한 채 그곳은 뒷골목 낡고 버려진 것 같아보아는 철물점 페인트 가게 음식점들로 바뀌었다. 그렇게 바뀐 세월에 원망하면서, 내가 인생에서 머물렀던 장소를 촬영한 필름을 규합해 색상 덩어리로 만들었다. 그 덩어리는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감정을 단서로 만들어진 내가 기억한 감정의 색이다.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그리고 현재의 나를 36컷 필름에 담아내고 아련한 선들이 지나가는 하나의 색감으로 표현하여 모든 게 바뀌었지만 나의 역사는 녹아져 있음을 말한다.

Journey to the Self Within

I was born in 1953 and spent my early years in the northern part of the city, living there until I married in 1979. After marriage, I settled in Gangnam, an area known for its many high-rise apartments, and I’ve lived there ever since. Caught up in the demands of family life, I rarely found the chance to revisit my former neighborhood in Gangbuk, where I no longer had ties. Yet, I began to feel a deep nostalgia for those wide, endless alleyways, the corners near friends’ homes, and the streets that cradled my adolescent and youthful memories. As these cherished places would sometimes surface in my thoughts, I found myself, now in the twilight years of my life, yearning to retrace those footsteps of my childhood and youth. I decided to pick up an old, vintage film camera and started working. In the present, I am often overcome by unresolved inner conflicts, an inexplicable disappointment, and a lingering sadness that seeps deep into my heart, leaving me momentarily adrift. While sleek, towering buildings now line the main roads of Gangbuk’s old cityscape, the surrounding land has largely succumbed to decay, dotted with dilapidated, shabby shops instead of homes. In the tiny garden of the hanok I once called home, seasonal flowers portulacas, cockscombs, morning glories, sunflowers, four o’clocks, and balsams used to bloom in turn. But those hanoks have vanished, replaced over time by a forgotten back alley filled with abandoned hardware stores, paint shops, and old eateries. In mourning of such changes, I gathered the photographs from my travels through these places and transformed them into color blocks. Though I may no longer recall every detail, each block stands as a hint of emotion drawn from memory a color of feeling that I hold dear. This series of thirty-six film captures represents my boyhood, my youth, my middle years, and the present me. By blending faded lines into hues of memory, I aim to convey that, though much has changed, the history of my life remains vividly preserved within.

한해숙 (1).JPG

내안의 나를 찾는 여정, 지금의나 , 100x80cm, Pigment print on Cotton paper Satin Finished

한해숙 (3).JPG

내안의 나를 찾는 여정, 소년기, 100x80cm, Pigment print on Cotton paper Satin Finished

한해숙 (2).JPG

내안의 나를 찾는 여정, 청년기, 100x80cm, Pigment print on Cotton paper Satin Finished

‘한해숙’ 은 여가저기 온몸에 수많은 균열을 느끼고 그 균열의 조각들이 하나 둘 굳어지고 고통이 채워질 때 한해숙 작가는 신의 섭리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그 균열들이 생성되고 채워지는 과정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을 이루고 있는 삶의 궤적들을 36컷 필름에 담아내고 그들의 통계에서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색감을 도출해 냈다. 한해숙은 2016년부터 다수의 그룹전을 시작하여 2022년도에 인사동에서 개인전(가온갤러리)을 가졌다. 길파인아트의 예술의 전당 기획전을 비롯 많은 전시와 함께 했으며, 미국 IPA(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에서 Honorable mention을 수여받았다. 최근에는 프랑스 2024 파리 마레지구에서 파리포토데이즈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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