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무쇠골’은 길의 맨 끝에 달린 작은 산골 마을, 내가 나고 자란 나의 고향이다.
선녀가 하늘에서 아들을 데리고 골짜기의 맑은 물에 내려와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선자령에서 동해로 뻗은 산자락의 첫 마을, 떠오른 아침 해가 일찍 찾아오고 석양의 산 그림자가 어둠을 빨리 몰고 오는 오지 마을이다.
뻐꾸기 소가 자연을 깨우고, 산돌림 맴도는 무더위가 산바람에 쫓겨가며, 설해목지는 소리가 잠깨우는 마을, 그 풍경에 감싸 안긴 우리집! 허기져 돌아올 때 마중나오던 어머니 모습, 찌개냄새 그리며 종종걸음 힘내어 집으로 오던 길이 있는 곳이다.
이 길에는 버덩 길도 있고 구비 길도 있고 고개 길도 있다. 철 따라 예쁜 들꽃이 피고, 논 밭에서 오곡이 익는 정겨운 길이다. 낮에는 들꽃들이, 밤에는 달과 별이 말 동무가 되어주던 길이다. 밤하늘의 별을 세며 찰방찰방 무릎걷어 미르가 노니는 은하수를 건너기도 하고 할머니가 들려준 옛날 얘기를 떠올리며 걷던 길이다. 안개 낀 여름 밤이나 눈 쌓인 겨울이면 쓸쓸하고 외롭던 길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무거운 임을 이고 다녔던 고난과 사랑이 엉켜있는 길이다. 이 길에는 네 개의 작은 마을이 달려있다. 마을과 마을 사이는 인가가 없는 호젓한 길이다. 나는 꿈이 많던 소년 시절을 이 길을 걸으며 살았다. 내 삶의 길에 희로애락이 있었듯이 이 길에도 즐거움과 고난이
엉켜있다.
/ 박은수

꽃이나 잎은 신비한 색깔과 아름다운 선 그리고 조화로운 배열의 형상 미를 지니고 있다. 나는 식물의 꽃과 잎이 가지는 색깔과 그것이 이루는 형상을 보며 감탄할 때가 많다. 점, 선, 면, 형, 색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조화에서 자연의 신비를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은 색깔의 명도, 채도, 색상을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는 고감도의 감각 기관인 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색깔의 미묘한 변화가 빚어놓은 형상을 보며 심미를 느끼고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
나의 이 작업은 꽃이나 잎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운 색깔과 형상의 미시적인 미를 찾아 확대 재생하여 그것이 지니고 있는 기본 색깔을 단순화시킴으로써 보는 이의 미감을 높여보려고 시도한 것이다. 
/ 박
은수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