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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동네에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생겼다.  그곳은 작고 정갈한 수목원 이름이다. 그 이름이 왠지 정겹다. 나는 자주 엄마와 손을 잡고 그곳을 천천히 걷곤 했다.
 수목원 입구의 기암절벽과 폭포를 통과하는 연못을 거치는 것이 현실의 온갖 고통과 번뇌를 정화시키고 차안(此岸)의 세계에서 피안(彼岸)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 했다.
그것도 맘에 들었다......
언제나 돌아오는 길은 가볍고 마음이 평온해 진다.
고해성사 후의 마음과 같이 나는 한없이 낮고 깊어짐을 느낀다.
 
어느 겨울, 그곳에도 겨울이 오고 하얀 눈이 내렸다.
주변이 온통 깜깜한데 나는 몰랐다. 어두운 무릉도원의 숲은 사방이 하얀 눈의 옷을 입고, 지는 해의 푸른빛을 받아 황홀했다.그냥 셔터를 눌렀다.
흔들렸다.
이곳이 현실의 세계로부터 이상의 세계로 들어온 곳이었구나. 너무 아름다워 슬픈 숲이었다.
나는 이제 혼자 그곳에 있다.  /  정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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