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옥 RYU Soonok
‘상생’ (相生)
한국의 서원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 고,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았던 나는 세계인이 주목하는 중요 한 교육 문화유산인 서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특히 돈암서원 에서 본 산을 우러러보는 루, 산앙루에 대한 기억이 모티브 가 되었다.
서원은 한결같이 풍수와 자연이 조화로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서원 입구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누마루 형식의 개방적인 건물은 유생들이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심신을 이완하고 호연지기를 기르는 유식공간 루이다.
서원의 루는 구조와 현판 등이 닮은 듯하나 자세히 보면 각 기 다른 멋을 지닌 독특함이 있다. 자연과 최대한 친화할 수 있는 공간에 있으며, 아래 공간은 출입문(외삼문)으로 사용 하고 사방이 훤하게 뚫린 위 공간은 서원의 안과 밖을 감상 하며 여유를 즐기는 장소였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의 무한 경쟁 사회인 요즈음, 자신 을 돌아보고 타인을 배려하는 삶을 실천하는 상생(相生)의 배움이 절실하다 느껴져, 교류와 소통의 공간이고 자연과 함 께하며 사람다운 사람의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선조들의 지 혜가 돋보이는, 겉으로 드러낸 서원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루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서원의 유식공간인 루의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을 흑과 백의 단순한 얼개로 이루어진 수묵이라는 전통적 재료로 디지털 화함으로써 서원의 루만이 지니고 있는 조형적 특성을 극대 화하여, 자연 속에서 사색과 교류를 통해 자연의 이치를 궁 리하고 뜻을 세워 나가는 유생들의 숨소리를 느껴보도록 한 시도이다.
Win-win relationship
Upon hearing that Korea’s Confucian academy, Seowon, had been designated as a UNESCO World Heritage, I, having spent my life in education, decided to explore these important cultural treasures that have garnered global attention. My inspiration came from the memory of Sanangru, a pavilion in Donam Seowon, which overlooks the surrounding mountains.
Seowon is located in places where feng shui and nature exist in harmony. Near the entrance of each Seowon is an open pavilion known as nu, where scholars would attune themselves to the changing seasons, relax their minds, and cultivate a sense of balance, known as Hoeyeonjigi.
While the pavilions across Seowon may appear structurally similar, each possesses a unique charm upon closer inspection. These pavilions, deeply integrated with nature, feature lower levels serving as entryways (known as Oesammun), while the upper levels, open on all sides, offer spaces to appreciate both the interior and exterior views of the Seowon.
In today’s competitive, individualistic society, the value of Sangsaeng living with empathy and consideration for others feels more essential than ever. Seowon serves as a place for exchange and dialogue, embodying the wisdom of our ancestors, who sought to demonstrate a meaningful way of life in harmony with nature. This has deepened my interest in the nu, the face of the Seowon.
To accentuate the pavilion’s aesthetic and artistic essence, I reinterpreted its beauty through the traditional medium of Sumukhwa (ink painting), emphasizing black-and-white simplicity in digital form. This approach seeks to amplify the architectural significance of the nu. Through this, I hope to capture the spirit of the scholars who once reflected on life and the natural world in these spaces, as they pursued understanding and purpose.
상생, 돈암서원 산앙루 , 76x114cm,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상생, 남계서원 풍영루 , 76x114cm,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상생, 구연서원 관수루 , 50x75cm, Pigment print on Mulberry paper
‘유순옥’은 평생을 오롯이 학생 교육에 전념했다. 사진의 회화적, 감정적 매력에 이끌려 그것을 탐미하며 다양한 소재로 디 지털 작업으로 섬세하게 작품을 표현해 내는 늦깎이 사진가이다. 2023년 FAPA(Fine art photography awards)에 파인아 트 부분 노미네이트 되었고 같은해 2023 IPA(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 Honorable mention에 등재되었다. 전시 는 2022년부터 다수의 길파인아트 기획전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4 프랑스 아를 사진축제, 2024 파리 포토데이즈 에 참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