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LEE Miyeong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활의 관계를 줄이고 있는 와중에 언니와의 대화는 더 늘고, 시나브로 깊어간다. 내 언니는 40년이 넘도록 자수를 놓는데 일생을 쏟았다. 작은 손수건에서부터 대통령이 앉는 의자의 봉황 자수까지... 그저 천이었던 것들이 언니의 손을 거쳐가면 새롭게 태어난다. 어느 날, 화병에 꽃을 꽂고 들여다보니 문득 언니 생각이 났다. 꽃은 화사했고, 꽃다운 풍모를 과시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권세 십 년 못 가고 붉은 꽃 열흘 못 간다 했던가. 화병 속 꽃잎이 하나 떨어질 때 옆의 꽃잎은 숨 차했다. 그 옆의 꽃잎은 낯설었다. 이레 핀 꽃은 열흘 핀 꽃을 알지 못했다. 꽃들은 죽었다. 화병 속 꽃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죽어갔다. 이 낯설고 어찌할 도리가 없는 꽃들의 죽음은 나를 어지럽혔다. 스러진 꽃들 속에서 화병만 남았고, 남은 화병을 보면서 난 언니를 생각했다. 꽃은 스러졌고, 화병만 남은 것이 마치 언니와 나의 보배로운 관계 같았다. 나는 화병에 또 다른 꽃을 꽂을 것이며, 스러져 가는 꽃을 보며 나는 또 언니와의 관계를 생각할 것이다. 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시원하고, 눈은 미소 짓게 하고, 나는 언니와 대화한다. 꽃은 스러져 가지만 언니와 나의 관계는 충만하고 영원하다.
The beauty of a flower will not last ten days
As I grow older, my circle of relationships has become smaller, but my conversations with my sister have only deepened over time. My sister has spent more than 50 years of her life devoted to embroidery. From tiny handkerchiefs to the majestic phoenix embroidery on the president*s chair, plain fabric transforms into something new through her hands.
One day, as I arranged flowers in a vase, I suddenly thought of her. The flowers were bright and radiant, flaunting their beauty. Gwonbulshipnyeon, Hwamusibirhong power cannot last for ten years, and red blossoms do not endure for more than ten days. As one petal fell from the vase, another seemed to gasp for breath, while yet another petal appeared unfamiliar. A flower blooming for seven days could not comprehend one blooming for ten. The flowers withered and died some from thirst, others falling, some decaying, and others fading away.
Each flower in the vase died in its own way, leaving me unsettled by their strange and inevitable end. Among the wilted flowers, only the vase remained. Staring at the empty vase, I thought of my sister. The flowers had perished, but the vase, like the precious bond between my sister and me, remained. I will place new flowers in the vase, and as they wilt, I will reflect again on my relationship with her. The sun is warm, the breeze refreshing, and my eyes smile as I converse with my sister. Though the flowers wither, the relationship between my sister and me is full and everlasting.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달항아리 해바라기 70x52cm, Needle point on Pigment print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달항아리 해바라기 70x52cm, Needle point on Pigment print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달항아리 해바라기 70x52cm, Needle point on Pigment print
‘이미영’은 초현실주의 사진거장 랄프깁슨의 영향을 받아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멋진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쪼잔한 열정’에 불타게 되면서 피사체를 통한 다른 세계에 접하게 된다. 수원에서 두 차례 단체전을 가졌고, 솟아오르고자 하는 내면의 욕망을 표현한 ‘솟아오르다’라는 작품은 2024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 포토데이즈에 전시되었다.